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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6 15:34

입실렌티 후기

조회 수 4437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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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5월, 어느덧 그 계절의 여왕이 무더위로 점점 물러가고 있을 때쯤 우리학교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던 입실렌티에 대해 기억해 본다.
어버이날 하루 전인 5월 7일, 수업이 없는 나와 기영이 형, 그리고 말 잘 듣는 04학번 다운이랑 미리내는 12시 30분쯤 동방에서 모여 동아리 깃발을 들고 노천극장을 향해 출발했다. 학교 기숙사를 지나 산을 넘어 도착한 그곳에는 벌써 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들 돗자리를 깔고, 얘기를 나누거나 놀이를 하면서 그 더운 땡볕아래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뒤로뒤로 가다가 결국에는 녹지캠퍼스에서 기숙사 돌담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점에 자리를 맡았다. 상당히 차례가 뒤라는 것을 알고 나서 좀 더 일찍 출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슬슬 입장을 시킬 때 쯤 종규형과 길중이형, 은영이, 04학번들이 도착했다. 작년만 해도 노천극장에서 했었던 것을 이번에는 건너편에있는 운동장에서 하는지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줄 알았건만 실제 들어가보니 벌써 좋은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해 버렸다. 할 수 없이 앉아서 보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잘 보기라도 하자는 취지로 극장 정면쪽으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5시 쯤 되어 응원부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엘리제가 노래를 부르자 슬슬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우리 동아리 사람들도 도착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밤늦게 까지 공연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각자 영철버거를 하나씩 먹고 대충 배를 채웠다.
모두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들떠 있을 때 쯤, 최승돈, 김홍성 아나운서가 나와서 자기소개를 FM으로 하였다. 오늘의 공연을 책임질 선배이기도 하고, 진행자이기도 한 두 분은 처음에는 호흡이 잘 안맞는듯 했다. 어쨋든 입실렌티의 첫 시작을 알린 사람은 가수 테이였다. '사랑은 ... 향기를 남기고'와 그 밖에 다른 발라드를 열창하였는데, 가창력은 참 우수했다. 하지만 말을 잘 못해서 좀 재미는 없었다.
그 다음으로 우리학교 고연전 때 나가서 열심히 활약하는 운동부 선수들의 소개가 있었다. 각 종목별 주장들이 앞으로의 각오와 장끼를 보여준 뒤에 공을 관중들에게 던져주는 식이었다. 우리쪽으로도 야구공이라도 날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나서 몇몇 동아리의 장끼자랑이 있었다. 노래부르는 동아리, 힙합춤 추는 동아리, 그리고 마술 동아리가 각자의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마술쇼였다.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저렇게 되는지 정말 신기했다. 나도 간단한 마술 배워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음에는 개그맨 몇 명이 나와서 개그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앞에서 별로 웃지 않았던 관중들도 이번만은 유쾌하게 폭소를 터트렸다. 정말 재미있었고, 재치가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어느덧 공연도 중반부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에 초청된 자전거를 탄 풍경의 공연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동물원(가수 그룹) 같았다. 핑클의 노래를 리메이크 해서 부른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중간에 잠시 쉬는 차원에서 방송부에서 유명 방송인들의 입실렌티 축하의 메세지를 찍어 온 것과 영원한 라이벌 연세대를 은근히 놀리는 방송물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었다. 역시 유명인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료시키게 하는 것 같았다. 연대를 비하하여 웃기게 하는 방송은 그냥 보고 재미있기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해서까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칭찬해 주고 함께 같이 나아가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으로 이번에 가장 열광적인 무대를 만들어준 원타임의 공연이 있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정말 쉽지 않은 것들을 무려 4개(3개였나?)나 소화해 내고, 관중들에게 말도 정말 잘 했던 것 같다.(이 때 까지는 정말 분위기 좋았었다.)
입장할 때 나눠준 사랑의 빵이라는 플라스틱 저금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무대가 있었다. '눈물대신 웃음을! 절망대신 희망을!! 포기대신 도전을!!!'라는 제목에 딱 맞는 순서였다.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구호의 손길을 요구하는 것이 취지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응원단의 율동과 노래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다. '먹자먹자, 사랑의 빵~!' 별로 따라하고 싶지 않은 공연이었다.
마지막으로 입실렌티의 열광의 밤을 이어나갈 가수의 공연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전!인!권!이었다. 사회자가 말하길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보고 싶은 가수라고... 사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외모에서 풍겨나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허스키한 목소리는 누가 봐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노래가 계속 될 수록 우리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해서 우리 동아리 사람 대부분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는 가뜩이나 지쳐있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응원단의 흥겨운 응원공연이 남아있었지만 나와 몇몇 사람은 집에 가거나 뒷풀이를 하러 자리를 떠났다. 물론 끝까지 청춘의 정열을 불사를 사람들은 남아 있었다.
이번 제 27회 입실렌티는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공연의 질을 떠나서 동아리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같이 즐거워하고,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쨌든 이번 경험은 대학생활에 있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만은 확실하다.

추신: 공연을 본지 오래되어서 정확한 순서로 빠지지 않고 썼는지 장담할 수 없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
    아라 2004.06.04 02:56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구......;; 역시 동현이는 항상 진지해...ㅋㅋ 순서랑 내용이랑 자세하게 정말 잘 썼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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