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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2004.07.06 10:47

주점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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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5일 오전 10시. 나는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아마도 이 시간대쯤의 나는 어린이날을 맞아 방안에서 특선 만화영화를 보며 하릴없이 뒹굴 거리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날은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동아리 주점 날이었다. 때문에 나는 이 특별한 행사에 잔뜩 들떠 있었으며, 축제를 준비하려는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연신 힐끗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동아리 방에는 아직 몇 사람만이 와 있을 뿐이었다. 선배님들은 주점을 위해 장을 보러 가셨다고 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우선 옷 꾸러미에서 빨강과 흰줄무늬가 쳐진 일명 ‘윌리'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다 같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모양새를 보노라니 상당히 재미있다.
‘히히히.’
  우리가 처음으로 맡은 임무는 액자에 타임지 표지를 끼워 넣는 일이었다. 그간 타임반이 활동했던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동아리 방 한 구석에 쌓여있던 액자들의 정체가 들어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액자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내고, 타임지 표지를 액자틀에 집어넣는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지만, 워낙 많은 양이다 보니 쉽게 해내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필요했다.
  첫 번째 작업을 끝내고 난 후, 우리는 등나무 밑으로 짐을 날랐다. 타임반이 주점을 할 곳이었다. 밖에는 나머지 사람들이 도착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은 틀을 세워 액자들을 걸어 놓고, 의자에는 홍보지를 붙여 임시 식탁을 만들었다. 주점이라고 해서 포장마차 풍의 주황빛이나 파란 색의 천막들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 놓는 방법도 있는 모양이다.
  주점 날이어서 그런지 새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나 은정이, 진미, 지언이, 영진이라는 이들 넷은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일을 열심히 하기도 하거니와, 항상 뭉쳐 다니면서 깔깔거리며 웃는 그 발랄함이란! 지연이와 문희, 부경이도 왔는데 이네들의 진가는 나중에 게임을 할 때에 드러났다. 물론, 이전부터 동아리에 나오던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다.
  주점 준비를 해 놓고 나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 유정우 선배님의 칼럼이 이어졌다. 항상 교양관 402호에서만 하던 것이 오늘은 밖으로 옮겨왔으니, 말로만 듣던 야외 칼럼인 셈이다. 밖이었으므로, 의자나 책상 같은 것들은 있을 턱이 없었고 우리는 그대로 땅바닥에 앉아 칼럼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한글을 가르치던 무슨 농촌계몽운동의 한 장면 같다. 다만, 흠이 있다면 이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었다는 점이었다. 앉아 있는 동안 모래 바람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앞에 세워둔 액자들은 강한 바람에 몇 번씩 쓰러졌다. 사실, 나는 칼럼에 집중하기 보다는 계속 불어오는 바람에 연신 눈을 깜빡이느라 바빴다.
  2교시 칼럼은 손주상 선배님이 진행하셨다. 이때를 즈음해서, 졸업하신 선배님들께서 찾아 오셨고, 칼럼에도 참여하셨다. 이미 사회인이 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대학 동아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신다는 사실 자체도 대단한 일이었다. 거기에다 그분들이 보여주시는 칼럼에 대한 열정이란, 나 같은 새내기들에겐 입을 벌어지게 하는 일인 것이다. 나는 타임지의 영어 문장들을 열심히 노려보기도 하였고, 선배님들의 질문내용을 애써 알아들으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도 하였지만 내용을 따라가는 일은 아직 내겐 무리인 듯 하였다. 대신에 나는 20년 쯤 후, 에세이 칼럼도 쉽게 해석하고 이를 후배들 앞에서 설명해 주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칼럼이 끝나고 이제 주점을 본격적으로 열 차례다. 대선배님들은 후배들과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셨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막걸리 잔이 돌아갔다. 다른 곳의 주점처럼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손님의 대부분이 타임반 선배님들이셨다. 주점을 열어 음식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이렇게 동아리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가까워지는 것에 의의를 두는 듯 했다. 나도 그 자리에 잠깐 끼어 앉아 선배님께 조언을 들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주로 언니들이 하셨다. 음식들을 자리로 나르는 일은 부지런한 04친구들이 도맡았고, 나는 그 옆에서 열심히 구경(!;;;)을 하였다. 옆에 있다가 가끔씩 얻어먹는 볶은 김치가 정말 맛있다. 주위를 돌아보니 미리내와 나리는 그릇을 씻어오는 모양인지 설거지할 그릇을 들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나중에 주점을 정리할 때 나리는 음식물을 치우느라 양말까지 젖었다고 했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인데, 나만 빈둥거리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 주위가 어둑어둑 해졌다. 그릇들을 치우고 주점을 정리하였다. 고향집에서 뒤풀이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은 횟집으로 갔다. 나는 회를 먹으면서 미리내와 키들거리며 웃다가 나중에는 꾸벅꾸벅 졸았다. 선배님들 사이에서는 뭔가 진지한 대화가 오고가는 듯 하였지만, 그 대화에 동참하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 어렸다.  
  5월 6일 새벽 5시. 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다섯 시간 후면 수업이다. 으아아 눈꺼풀이 무겁고, 걷는 일이 귀찮다. 그러나 몸은 고단할지언정 마음 한구석은 뿌듯하다. 이날 하루 나는 S.I.S. TIME 이라는 한 동아리의 일원으로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치러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기분 좋은 소속감을 느꼈으며,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멋진 타임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새벽 공기가 너무 좋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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