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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대... 어렸을 때 내가 갖고 있던 군인에 대한 이미지는 한마디로 '군인아저씨'였다. 철모를 쓰고 한 손에는 소총을 쥐고 철책선을 경계하는 그런 모습이다. 얼굴은 많이 삭고 누가봐도 아저씨라는 느낌이 확 풍기는...
  근데 내가 입대란다. 내 친구들이 하나 둘씩 입대할 때만 해도 군인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아저씨'였는데 말이다. 내가 아저씨란 말인가?! 하긴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서 길 가다가도 "아저씨, 길 좀 물을게요.", "떠들면 저기 보이는 아저씨한테 혼난다.",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 등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어오긴 했다. 나도 초등학생들의 머리 속에 담겨 있는 대한민국을 열심히 지키고 있는 '군인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최주원 94代 회장님이 게시판에 올려놓았던 글이 문득 생각난다. '입대칼럼을 축하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그 당시만 해도 입대하는 것을 축하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입대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성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미국과 같이 다수의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모병제와는 다른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나라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특별해지는 듯하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과 떨어져서 그런 장시간을, 그것도 군의 특성상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끊은채로(편지를 제외하고) 지내본 적이 있는 적이 있었던가... 외국으로 한두달 여행을 가더라도 언제나 전화를 포함한 각종 통신장비는 그리운 곳을 향해 열려있고 내 의지에 의해서, 그리고 내 자유의사에 따라서 그리운 곳을 좇아갈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얘기가 다르다. 나는 비록 두달간의 훈련병(교육병) 생활을 포함해 겨우 석 달 정도 군대에 몸담고 있지만 그 기간동안 사람에 대한 그리움, 보고픔을 참고 견디는 정신적 훈련을 받았다. 훈련소에서의 각개전투, 포복, 화생방, 야간 행군 등과 같은 난제들 앞에서도 꿋꿋히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런 정신적 훈련의 성과가 아닌 가 싶다. 숙영하러 가서 돌덩이가 널려있는 흙바닥에서 기고 구르고 밤에는 한명이 자도 비좁을 만한 부실한 텐트속에 세명이 쳐박혀서 추위와 싸우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포복하고... 그런 생전에 해본적 없는 훈련들 보다도 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보고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군대는 그런 곳이다.
  20년이라는 그리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한 것은 없었다. 생리적 욕구에 관한 것은 특히 그러하다.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대로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내 경제적 여건이 되는 한 먹을 수 있었고, 취침시간과 기상시간도 내 능력이 되는한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고, 화장실도 내가 가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들락날락 할 수 있었다. 생리적 욕구가 아닌 것이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20년이라는 생활을 즐겨웠다. 아니 누려왔다. 그러나 2004년 10월 21일 부로 끝이었다. 하루 일과가 몇 달 전부터 짜여져 나와있고 우리 훈련병들은 그 일과에 맞춰서 정해진 대로, 군대가 요구하는 대로 움직여야했다. 일반적인 욕구 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물론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긴 하지만 말이다. 군대라는 틀 속에서 석 달간 지내오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가를 새삼 느꼈다. 원래 흔한 것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는게 대부분의 우리이지 않는가... 군대는 그런 곳이다.
  군대는 앞서 언급했던 것 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력의 장이며, 편지를 많이 쓰게되는 글짓기의 장이며, 계급사회의 엄격한 통제와 규율을 경험하는 장이며, 나에게 있어서는 특히 실연이라는 평생토록 느껴본 적 없는 아픔을 가져다준 곳이기도 하다. 군대는 정말 그런 곳이다.
  나는 군대라는 잘 짜여진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싶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지 않기에 나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그래서 입대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성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결국 입대칼럼은 축하해줄 수도 있고 격려해줄 수도 있는 중의성을 갖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선배칼럼 할 때 입대칼럼을 꼽사리로 낄 수 있게끔 흔쾌히 허락해주신 최원섭 선배님과 류의정 선배님께 깊은 감사드린다.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다보니 글이 너무 엉성한 느낌이 든다. 원래 즉흥적인 것이 가장 감상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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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 2005.01.28 23:58
    오라버니 철들었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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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식 2005.01.29 09:03
    아라가 또 로긴하게 만드네~ㅋㅋ
    너도 함 봐야되는데 보기 힘들구먼~
    주말 칼럼때 자주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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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진우(04전기전자) 2005.02.02 07:57
    종강파티 오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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